복싱 신발, 꼭 비싼 거 필요 없다 초보자는 러닝화도 충분하
복싱을 시작하면 이상하게 장비부터 욕심이 난다. 글러브, 붕대, 복싱화까지 하나하나 검색하다 보면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특히 복싱 신발은 마치 실력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몇 달 운동해 본 지금 생각은 분명하다. 입문 단계에서는 굳이 비싼 복싱화를 살 필요가 없다. 러닝화로 충분하다.
복싱화를 처음부터 고민했던 이유
체육관에 처음 갔을 때, 오래 하신 분들은 대부분 복싱화를 신고 있었다. 발목을 덮는 디자인에 바닥은 얇고, 보기만 해도 “전문가” 느낌이 났다. 자연스럽게 나도 저걸 신어야 제대로 복싱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비쌌다. 고민 끝에 일단 보류했지만, 마음 한편엔 계속 신경이 쓰였다.
러닝화로 시작했을 때 솔직한 느낌
결국 처음 몇 달은 집에 있던 쿠션 좋은 러닝화로 운동했다. 솔직히 처음엔 불안했다. 미끄럽지 않을까, 발목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줄넘기, 섀도복싱, 기본 미트 수업까지 러닝화로 충분히 소화됐다. 오히려 바닥이 딱딱한 체육관에서는 쿠션이 있어서 무릎 부담이 덜했다.
실패했던 경험: 신발보다 중요한 걸 놓쳤다
한 번은 “그래도 복싱화가 더 좋겠지”라는 생각에 저렴한 복싱화를 급하게 구매한 적이 있다. 디자인만 보고 골랐는데, 바닥이 너무 얇았다. 발바닥이 바로 바닥을 느끼는 느낌이라 줄넘기 할 때 금방 발이 아파졌다.
그때 깨달았다. 문제는 신발 종류가 아니라 내 운동 단계였다. 아직 기본 동작도 완벽하지 않은데, 전문 장비를 먼저 쓴다고 갑자기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왜 러닝화로 충분한가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방향 전환 속도나 미세한 피벗이 아니다. 균형, 리듬, 체력 유지다. 러닝화는 이 세 가지를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특히 쿠션이 있는 러닝화는 줄넘기와 반복 이동이 많은 복싱 훈련에 잘 맞는다. 발목을 과하게 조여주지 않아 오히려 초보자에겐 편하다.
복싱화가 필요한 시점은 따로 있다
물론 복싱화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스파링 비중이 늘어나고, 피벗과 스텝을 세밀하게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바닥 감각이 중요한데, 그때 가서 복싱화를 신어도 늦지 않다.
나는 최소 반년은 러닝화로 운동했다. 그동안 기본기가 잡히고 나서 복싱화를 신었을 때, 차이를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복싱을 시작할 때 장비는 중요하지만, 순서가 있다. 신발은 그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고민해도 되는 장비다. 처음부터 비싼 복싱화를 사는 것보다, 집에 있는 쿠션 좋은 러닝화로 꾸준히 나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나도 괜히 장비부터 욕심냈다가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러닝화로 시작한 시간이 오히려 복싱을 오래 하게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