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조금만 하면 금방 적응돼요.”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복싱은 생각보다 몸도, 머리도 동시에 쓰는 운동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늘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힘들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1. 생각보다 빨리 바닥나는 체력
복싱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체력이었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줄넘기 몇 분, 섀도 조금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찼다. 문제는 체력보다 호흡 조절이었다.
나는 초반에 숨이 차면 괜히 더 빨리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체력 소모가 배로 늘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복싱은 전력 질주가 아니라, 호흡을 관리하는 운동이라는 걸. 그걸 모르고 버티려다 보니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2. 팔보다 다리가 먼저 힘든 현실
복싱은 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다리가 먼저 나갔다. 스텝을 밟고, 자세를 유지하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종아리와 허벅지가 먼저 버텨주질 않았다.
처음엔 “내가 자세를 못 잡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대부분의 초보자가 같은 이유로 힘들어한다고 들었다. 다리 힘이 없으니 상체에 힘이 더 들어가고,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시기를 넘기기 전까지는 복싱이 유난히 고된 운동처럼 느껴진다.
3.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이 가장 어려웠다
“힘 빼세요.”
복싱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지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말이다. 힘을 빼라고 하면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갔다. 특히 미트를 칠 때는 잘 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어깨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나도 이 부분에서 꽤 오래 헤맸다. 한동안 어깨가 계속 뻐근했고, 운동 끝나면 피로가 오래 갔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힘을 빼는 건 의식적으로 푸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는 과정이라는 걸.
4. 동작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복싱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배우면 생각할 게 많다. 손 위치, 시선, 스텝, 타이밍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초보자 시절엔 머리가 몸을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이때 스스로에게 괜히 실망했다.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이건 실력 문제가 아니라 익숙해지기 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반복 말고는 답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5. 재미가 떨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이나 기술보다, 지루함이었다. 처음 한 달은 새롭고 재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훈련이 반복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만둔다.
나 역시 이 시기에 몇 번이나 고민했다. “이게 나랑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기를 넘기고 나니, 복싱이 전혀 다른 운동처럼 느껴졌다. 힘든 구간을 넘기면, 그 다음 단계가 보인다.
복싱 초보자가 힘들어하는 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중요한 건 그 이유를 알고 그냥 하는것이다.
지금 힘들다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 시기를 넘기면 복싱은 훨씬 재미있는 운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