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시작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나는 애매한 상태였다.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힘들었고, 그렇다고 당장 그만둘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그냥 “운동이니까 한다”는 마음으로 다녔다. 솔직히 이 시기에 그만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렸다.그런데 지금까지 복싱을 이어오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대단한 실력 향상이 아니라 아주 짧은 한순간의 감각이었다.늘 똑같이 힘들던 미트 시간초반 미트는 항상 고역이었다. 동작은 머리로 생각하고, 몸은 따로 움직이고, 숨은 금방 넘어갔다. 관장님이 콤비네이션을 불러주면 반 박자씩 늦었다. 미트 끝나고 나면 “오늘도 별로였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나도 그랬다. 미트를 치면서 ‘잘 친 기억’보다 ‘못한 기억’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미트가 좋은 날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