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데, 왜 나는 숨이 가쁘고 팔이 먼저 떨어질까. 옆에서 같이 미트를 치는 사람은 아직 괜찮아 보이는데, 나는 벌써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처음엔 체력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가 전혀 다른 데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무조건 체력 탓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이 좀 상했다. “내가 이렇게 약했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운동 끝나고 체력 운동을 더 했다. 런닝머신도 타고, 팔 운동도 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복싱 수업에서는 여전히 빨리 지쳤다.
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힘이 너무 들어가 있었던 것’
지금 돌아보면, 나는 복싱을 할 때 항상 진심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줄넘기부터 미트, 샌드백까지 전부 원펀맨 마냥 풀파워의 힘으로 했다. 특히 미트를 칠 때는 뻥뻥 하는 소리가 날정도로 쳐서 어깨와 팔에 힘이 꽉 들어갔다.
반면 옆 사람을 자세히 보니, 동작이 훨씬 가벼웠다. 크게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리듬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 차이가 체력 차이처럼 느껴졌던 거다.
호흡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호흡이었다. 숨이 차면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고 동작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금방 지쳤다. 복싱은 호흡이 끊기면 바로 체력 소모로 이어진다.
이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줄넘기나 섀도 할 때 일부러 호흡에 집중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지치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초보자 시절에는 ‘많이 움직이는 게 좋은 복싱’이라고 착각했다. 쓸데없이 계속 발을 움직이고, 동작을 크게 가져갔다. 지금 보면 에너지를 낭비하는 동작이 정말 많았다.
관장님이 “움직이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움직이라”고 말해줬을 때 그제야 이해가 됐다. 옆 사람은 덜 움직였고, 나는 과하게 움직였다. 그 차이가 체력 차이처럼 보였던 거다.
실패를 통해 알게 된 결론
나는 한동안 이 문제를 체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그게 가장 큰 실패였다. 체력은 분명 중요하지만, 지치는 속도를 결정하는 건 사용 방식이었다.
힘을 빼고, 호흡을 챙기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옆 사람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여전히 힘들 때는 있지만, 예전처럼 유독 나만 먼저 지치는 느낌은 사라졌다.
복싱에서 빨리 지친다는 건,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대부분은 아직 효율적인 움직임을 배우는 중일 뿐이다. 나도 그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혹시 옆 사람보다 빨리 지친다고 느낀다면, 체력보다 먼저 자신의 움직임을 한 번 돌아보길 권하고 싶다. 이유를 알면, 복싱은 훨씬 덜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