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어디 맞은 것도 아닌데 손목이 아파요.” 나 역시 그랬다. 얼굴을 맞은 적도 거의 없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목이 욱신거렸다. 이상하게도 운동을 쉬면 괜찮고, 다시 하면 아파졌다. 그때는 이게 당연한 과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건 많은 초보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였다.
손목은 충격이 가장 많이 쌓이는 부위다
복싱에서 펀치는 손으로 시작하지만, 충격은 손목에서 가장 먼저 모인다. 특히 초보자는 주먹 정렬이 완벽하지 않다. 손등과 팔이 일직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미트나 샌드백을 치다 보면, 충격이 고스란히 손목 관절로 들어간다.
나도 처음엔 손이 아픈 게 아니라 손목이 이상했다. 움직일 때마다 뻐근했고, 특정 각도로 꺾이면 찌릿했다. 이게 누적되면 작은 염좌로 이어진다.
붕대와 글러브를 과소평가했던 실패
초보 시절 나는 붕대를 대충 감았다. 빨리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에 손바닥만 몇 바퀴 두르고 끝냈다. 글러브도 체육관 공용을 그냥 썼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손목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손목이 고정되지 않으니 펀치를 칠 때마다 미세하게 꺾였다. 그걸 몇 주 반복하니 결국 통증으로 돌아왔다.
미트에서 더 많이 다치는 이유
샌드백보다 미트에서 손목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미트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각도가 틀어지면, 정타가 아닌 상태로 부딪힌다.
나도 미트 칠 때 유독 손목이 아팠다. 잘 치고 싶어서 힘을 더 주다 보니, 오히려 충격이 제대로 분산되지 않았다. 힘이 아니라 정렬이 문제였다는 걸 그땐 몰랐다.
손목 통증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
많은 초보자들이 “운동하다 보면 아픈 거지”라며 넘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손목 통증은 쉬면 금방 가라앉는 것처럼 보여도, 반복되면 습관처럼 남는다.
나는 결국 일주일 정도 복싱을 쉬어야 했다. 그 사이에 리듬이 깨졌고, 다시 시작할 때 몸이 더 무거워졌다. 이게 가장 아쉬웠다.
예방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손목을 지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붕대를 제대로 감고, 글러브 사이즈를 맞추고, 처음엔 힘을 줄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통증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초보자일수록 “세게 치는 연습”보다 “똑바로 치는 연습”이 먼저다. 나도 이걸 깨닫고 나서 손목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복싱 초보자가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얼굴도, 갈비도 아니다. 손목이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더 쉽게 넘기지만, 가장 자주 쓰이고 가장 쉽게 망가진다.
나처럼 괜히 참고 운동하다 쉬게 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손목을 신경 써야 한다. 복싱은 오래 하는 운동이다. 오래 하려면, 아픈 데부터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