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도 반신반의했다. 격투기라는 이미지 때문에 괜히 과격할 것 같았고, 운동 강도도 부담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막상 몇 달을 꾸준히 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복싱은 누구에게나 맞는 운동은 아니지만,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독 잘 맞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하는 운동이 지루한 사람
헬스장에서 혼자 기구만 들다 보면 금방 지루해지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랬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며칠 지나면 발길이 뜸해졌다. 반면 복싱은 매번 조금씩 다르다. 미트 내용도 달라지고, 몸 상태에 따라 느낌도 바뀐다.
이 변화 덕분에 운동을 ‘참고 하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해야 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지루함 때문에 운동을 오래 못 했던 사람이라면, 복싱은 의외로 잘 맞을 수 있다.
생각이 많고 머리가 잘 안 쉬는 사람
이건 내가 복싱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평소에 생각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한 편이었다. 운동을 해도 잡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복싱을 할 때는 이상하게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
미트가 날아오고, 숨이 가빠지고, 발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게 처음엔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좋았다. 머리가 강제로 쉬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이 쌓이는 사람
스트레스를 말로 풀기 어려운 사람에게 복싱은 잘 맞는다. 나도 운동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가 이거였다. 특별히 화가 난 건 아니었지만, 뭔가 계속 쌓여 있는 느낌이 있었다.
샌드백을 치고 나면 이유 없이 답답했던 감정이 정리됐다. 중요한 건, 이게 난폭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차분해진다는 점이다. 복싱을 꾸준히 하면서 일상에서 예민해지는 빈도가 줄었다.
성급한 사람은 처음에 힘들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성급한 사람에게 복싱은 초반에 굉장히 답답하다. 나 역시 빨리 늘고 싶어서 조급해했다. 그 결과는 늘 실패였다. 힘만 들어가고, 더 빨리 지쳤다.
복싱은 기다리는 운동이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초반에 재미를 잃기 쉽다. 나도 이 고비를 넘기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복싱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리듬을 찾는 운동이었다. 몸뿐만 아니라 생활 리듬, 감정 리듬까지 같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위에서 말한 성향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복싱은 꽤 잘 맞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나처럼, 생각보다 오래 붙잡고 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