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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병아리복서 2025. 12. 29. 08:15

복싱을 시작하기 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기대와 걱정이 반씩 섞여 있었다. 살도 빼고 싶었고, 체력도 키우고 싶었고, 무엇보다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운동’을 찾고 있었다. 반면에 무섭지는 않을지, 너무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도 많았다. 지금 와서 그때의 나에게 딱 한 가지만 말해줄 수 있다면,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오래 버틸 생각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는 내려놔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복싱은 초반에 재미있는 운동이 아니다. 몸은 안 따라주고, 동작은 어색하고, 숨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찬다. 나도 첫 달은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TV에서 보던 멋있는 장면은 없고, 현실은 줄넘기와 기본 동작의 반복이었다.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면 대부분 그만둔다. 나 역시 몇 번이나 그만둘까 고민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재미는 실력이 생긴 뒤에 따라오는 것이었다.

체력보다 먼저 무너지는 건 자존심이다

복싱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나보다 나중에 온 사람이 더 잘할 때도 있고, 힘도 없고 리듬도 없는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도 처음엔 그게 싫었다. 괜히 남들 눈치 보고, 더 세게 치다가 금방 지쳤다.

결과는 뻔했다. 몸만 더 힘들어지고, 복싱이 더 싫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복싱은 남보다 잘하려고 하면 빨리 포기하게 되는 운동이라는 걸. 어제의 나보다 조금만 나아지면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

실패를 겪지 않으면 복싱의 진짜 장점을 모른다

복싱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겪는 건 실패다. 가드가 내려가서 맞고, 리듬이 깨지고, 체력이 떨어져 동작이 흐트러진다. 나도 미트 치다가 계속 혼나고, 스스로에게 실망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실패들이 쌓이면서 복싱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잘 안 되는 날도 그냥 그런 날로 넘길 수 있게 됐다. 이건 운동을 넘어 생활에도 영향을 줬다. 예전보다 덜 예민해지고, 덜 조급해졌다.

복싱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지금 복싱을 고민하고 있다면, 잘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싱은 재능보다 남아 있는 사람이 결국 이기는 운동이다. 힘들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만 꾸준히 가면, 몸은 반드시 적응한다.

처음엔 서툴고 숨차고 자존심도 상하겠지만,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된다. “아, 나 이만큼은 버틸 수 있구나.” 그 순간이 오면, 복싱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시작하고, 버티면 된다. 그게 내가 복싱을 해보고 나서, 가장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