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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팔이 아니라 등으로 치는 방법

병아리복서 2026. 1. 10. 15:41

복싱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미트를 칠 때마다 이두, 삼두에 힘을 잔뜩 주고 “더 세게!”만 떠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이 치면 칠수록 팔은 빨리 지치고, 타격은 생각보다 묵직하지 않았다. 반면 체구가 크지 않은데도 미트를 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팔이 두꺼워서라기보다는 몸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 강했다. 그 차이가 바로 ‘등으로 치는 복싱’이었다.

팔 근육이 커도 한계가 있는 이유

팔 근육은 구조적으로 오래, 반복해서 강한 힘을 내기 어렵다. 특히 복싱처럼 연속 타격이 필요한 운동에서는 팔에 힘이 몰리면 금방 퍼진다. 나도 초반에는 팔에 펌핑이 와서 미트 중간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근육이 작아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근육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부위의 문제였다.

등 근육, 특히 광배와 견갑 주변은 팔보다 훨씬 큰 근육이다. 이 근육이 쓰이기 시작하면 타격은 팔에서 끝나지 않고 몸통을 타고 전달된다. 그래서 겉보기엔 가볍게 치는 것 같은데도 미트가 크게 울린다.

‘등으로 친다’는 감각을 처음 느꼈을 때

이 감각을 처음 느낀 건 미트를 치다 관장님이 “팔 쓰지 말고 등 써”라고 말했을 때였다. 솔직히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 팔로 안 치면 뭘로 치라는 건지 감이 안 왔다. 그대로 따라 해보려다 오히려 타격이 더 약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잽을 칠 때 팔을 뻗는 게 아니라 어깨 날개뼈가 먼저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팔은 그냥 따라 나갔고, 타격 후에도 팔이 덜 피로했다. 그날 이후로 미트가 끝났을 때 팔보다 등이 먼저 뻐근해졌다. 이게 맞다는 신호였다.

근육 크기보다 연결이 중요하다

등으로 치는 복싱에서 중요한 건 근육의 크기가 아니다. 실제로 내 등 근육이 눈에 띄게 커졌을 때보다, 등을 쓰는 타이밍을 알게 됐을 때 타격이 훨씬 좋아졌다. 발 → 골반 → 등 → 어깨 → 팔로 힘이 이어지면, 팔은 단순한 전달 통로가 된다.

이 연결이 되면 팔 힘을 일부러 빼도 타격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오래 간다. 반대로 이 연결이 없으면 아무리 팔을 키워도 금방 지친다.

실패했던 습관 하나

나의 가장 큰 실패는 ‘팔에 힘을 주면 센 펀치가 나온다’는 고정관념이었다. 이 생각 때문에 어깨가 굳고, 호흡이 막히고, 스텝까지 무너졌다. 그걸 내려놓고 나서야 복싱이 편해졌다.


복싱에서 팔은 주인공이 아니다. 진짜 힘은 등과 몸통에서 나온다.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큰 근육을 쓰는 법을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팔이 먼저 아프다면, 그건 약해서가 아니라 잘못 쓰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복싱이 갑자기 힘들게 느껴진다면, 오늘은 팔이 아니라 등을 쓰고 있는지 한번 돌아봐도 좋겠다. 그 순간부터 복싱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